작업노트 / 개인전
387
post-template,post-template-elementor_theme,single,single-post,postid-387,single-format-standard,bridge-core-3.0.6,qi-blocks-1.0.9,qodef-gutenberg--no-touch,qodef-qi--no-touch,qi-addons-for-elementor-1.5.7,qode-page-transition-enabled,ajax_fade,page_not_loaded,,qode_grid_1300,qode-content-sidebar-responsive,qode-child-theme-ver-1.0.0,qode-theme-ver-29.3,qode-theme-bridge,wpb-js-composer js-comp-ver-6.10.0,vc_responsive,elementor-default,elementor-kit-10
 

작업노트 / 개인전 <말려진 상상>

작업노트 / 개인전 <말려진 상상>

사회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원초적 불안에 관한 회화적 탐구

 

나는 자연의 힘 사회의 권력 구조 폭력과 같은 불가항력 앞에 개인이 던져졌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회화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작가에게 있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인식하고 있는 세계는 거대하고 예측불허하며 행복과 동시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미스터리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 세계가 개인과 맞닥드릴 때 드러나는 개인의 제한적인 관점 개인의 무력함 그리고 개인의 예상치 못한 반응들과 그로 인해 알게 되는 개인의 제한적인 관점의 한계 등이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드러난다.

본 작업들은 이 거대한 세계의 구조와 내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이해 하고 있는지 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복잡하고 거대해진 현재 세계는 서로 영향을 받으며 시시각각 변하고 진행된다. 그런 세계를 내가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란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 세계와 내가 처음 접촉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연도별 사건 사고 매스미디어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수집한 이미지와 사건 관련 자료를 연도별로 분류해서 새롭게 재구성했다. 한 연도의 사건들을 재구성할 때 사건과 사건 사이에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은 수집한 사건 속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현재의 나와 만나며 충돌하거나 왜곡되어 상상으로 메웠다.

예를 들면, 작품 영웅의 귀환은 1983 년 북한에서 귀순한 이웅평 대위를 모티브로 작업했다. 이 사건은 내 초등학교 시절 반공교육의 단골 메뉴로 처음 계획은 이웅평 대위와 그가 타고 온 미그 19 전투기만 그리려고 했다. 그런데 자료 수집 중에 이웅평 대위의 귀순한 동기가 삼양라면 봉지에 적힌 문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라면
봉지에는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소비자에게 교환해 준다는 내용인데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사건의 시작이 단지 소비자 문구였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웅평 대위의 전신은 저주파 자극기를 팔에 붙이고 캔버스 위에 직접 그리고 삼양라면 봉지색인 버밀리온 색을 배경 공간에 먼저 바르고 위에 전투기와 배경을 완성하여 틈 사이에 버밀리온 색이 보이도록 작업하였다. 같은 해에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이 개봉되어 작품 제목으로 참고 하였다.

작업의 형식은 불안감이 작동하는 장소나 소재 이미지나 사건 사고 대중매체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미술사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현대적으로 변용시키며 탐구한다. 특히 15 세기 르네상스 회화의 원근법을 이용한 재현 방식과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 그리고 표현주의 회화의 방법론은 본인의 관심주제를 풀기위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작업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부조리한 심리나 기억이 왜곡되는 지점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초현실주의의 기법 중 하나인 오토마티즘 에서 착안하여 저주파 자극기를 신체 일부 그림을 그리는 손과 팔에 부착하고 물리적 제한과 교란 자극을 하여 드로잉 에스키스 또는 캔버스에 직접 형상을 그린다. 다음 단계로는 자극기를 뗀 손으로 붓 터치를 더해 인물을 원상태에 가깝게 복원한다. 그리고 과거의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현대의 디지털 화면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의 대비되는 지점을 드러내고자 드로잉 에스키스 등은 디지털로 변환하여 포토샵으로 재구성할 때 르네상스 회화의 원근법 을 이용한 구도를 차용하는데 이렇게 나온 작업 결과물은 회화로 재현 할 때에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자르거나 변환 중에 발생하는 거친 면들이 드러나도록 작업한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성 앞에 인간의 욕망이 개입하여 만들어지는 심리현상을 회화적조형으로 탐구하고 있다.


노 현 탁